슈퍼유저가 주도하는 시민과학? 다양한 대중 참여 유도해야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진행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라디오갤럭시동물원(Radio Galaxy Zoo)에는 지금껏 12,000명이 넘는 시민과학자들이 참여해 229만 개가 넘는 하늘(radio sky) 이미지를 분류했다. 이는 천문학자 1인이 122년 동안 풀타임으로 일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 주요동향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는 최근 시민과학 참여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3,894명 중 77%가 여러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이중 일명 ‘슈퍼유저’들이 있음이 발견됐다. 시민과학이 주로 ‘과학에 관심 많은 소수의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들 슈퍼유저들은 높은 학위를 지녔을 가능성이 다른 연구 참여자들에 비해 5배 높았고, STEM 분야 종사 비율도 6~7배에 이르렀다. 연구 공동저자인 캐런 쿠퍼(Caren Cooper)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는 “시민과학이 다양한 분야 대중들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시민 과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많은 시민 공동체를 참여시킬 수 있는 ‘학교 기반 프로그램’ 활용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의 ‘곤충탐험가’ 프로그램은 50개 지역 학교에서의 곤충 채집으로 진행된다. 곤충학자들은 채집된 곤충들을 감별하고 DNA 바코드 판독을 한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심지어 새로운 종이 발견되면 그 학명을 짓는데 참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방법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가 같이 운영하는 iNaturalist 앱이 대표적이다. 작년 한 해 iNaturalist를 통해 접수된 관찰은 무려 2천 9백만 건에 이르렀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3천 9백만 건이 넘는 유의미한 과학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시민과학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작업의 복잡성’과 참여자들의 ‘훈련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과학적 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 잘 계획된 시민과학은 연구자들에게 비용 대비 시간과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 현황분석

시민과학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과학활동’ 혹은 연구자의 계획에 따라 시민들이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참여하는 과학활동’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전자는 비연구자가 학습, 체험의 목적으로 과학활동을 하는 것이다. 전국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생활과학교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자는 특정 연구 데이터 수집 과정 등에 비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 혹은 시간 투자가 필요한 연구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시민과학이 실제 많은 성과를 내며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백질 개발 게임을 통해 새로운 인공단백질 56개를 발굴한 ‘폴드잇(fold it)’이 대표적이다.

■ 시사점

시민과학의 성과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데 비해, 국내에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분석이나 적용 사례들이 많지 않다. 그나마 ‘과학교육 시민과학 프로그램’은 많이 늘었으나 ‘연구 기여 시민과학 프로그램’, 즉 성인 참여가 중요한 시민과학 사례는 크게 늘지 못했다. ‘일상 속 평범한 관심이자 취미로서의 과학’이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최근 원데이클래스 등 각종 체험 활동들이 성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넓히는데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문화 역시 ‘성인들의 취미 활동’ 중 하나로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물론 시민과학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이나 신뢰도 중요하다. 시민과학은 과학문화 성장의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시민과학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그 즐거움에 대해 연구자 및 시민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 정책 기획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동향리포트>는 글로벌 과학기술문화, 과학·수학·정보 교육 분야의 정책 의사결정자들을 위한

국가별 정책, 연구조사보고서, 유관기관 동향 등 시의성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